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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치한 그녀가 B급 감성으로 읽어주는 책 책 책~/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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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인사

ㅡ나태주

글쎄, 해님과 달님을 삼백예순 다섯 개나

공짜로 받았지 뭡니까

그 위에 수없이 많은 별빛과 새소리와 구름과

그리고

꽃과 물소리와 바람과 풀벌레 소리들을

덤으로 받았지 뭡니까

이제, 또다시 삼백예순다섯 개의

새로운 해님과 달님을 공짜로 받을 차례입니다

그 위에 얼마나 더 많은 좋은 것들을 덤으로

받을지 모르는 일입니다

그렇게 잘 살면 되는 일입니다

그 위에 더 무엇을 바라시겠습니까?

 

ㅡ<가장 예쁜 생각을 너에게 주고 싶다> 나태주 알에이치코리아 2017

 

 

 

 

 

 

새해

ㅡ나태주

너 본 지 오래다

일 년이나 지났네

너를 만난 건

지난해 12월 31일

오늘은 새해 1월 1일

날마다 만나도

보고 싶은 너

하루를 못 보면

일 년을 보지 못한 듯

날마다 만나서 살자

순간순간 만나서 살자

마음으로 그렇게 하자.

ㅡ<너에게도 안녕이> 나태주 창비교육 2020

 

 

 

 

 

 

 

새해의 기도

ㅡ정호승

올해도 저를 고통의 방법으로 사랑해주세요

저를 사랑하시는 방법이 고통의 방법이라는 것을

결코 잊지 않도록 해주세요

그렇지만 올해도 견딜 수 없는 고통은 허락하지 마소서

올해도 저를 쓰러뜨려주세요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해 쓰러뜨리신다는 것을 이제 아오니

올해도 저를 거침없이 쓰러뜨려주세요

그렇지만 다시 일어날 수 없을 정도로 쓰러뜨리지는 말아주소서

올해도 저를 분노에 떨지 않게 해주세요

아무리 억울한 일을 당해도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분노하기보다

기도하는 것이 더 낫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세요

그렇지만 분노를 가라앉힐 수 없을 정도로

억울한 일은 당하지 않게 하소서

올해도 저에게 상처 준 자들을 용서하게 해 주세요

용서할 수 없어도 미워하지는 않게 해주세요

그렇지만 용서할 수 없을 정도로 상처받지 않게 해주소서

무엇보다 저 자신을 용서할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ㅡ<슬픔이 택배로 왔다> 정호승 창비 2022

 

 

 

 

 

 

1월 1일

ㅡ이선영

탁상달력의 맨 마지막 장이 31일 딱 거기까지만이라서 한 해가 다 갔다는 걸 알았습니다

탁상달력을 바꾸니 바로 1 두 개로 시작하는 새해가 왔습니다

새해에는 새로고침 해가 떴을까 하며 단벌 남편과 단신 아내 둘이서 자무쉬* 스타일로 중구(中區) 오하이오를 찾아 나섰습니다

사람빚 돈빚 빚은 많아도

1년에 한 번 전망대 가서 회전식당 한 끼 못 돌겠어,

빚이 또 늘었습니다

곁다리 코스로 극장 티켓 두 장이야 못 쥐어 보겠어,

열연의 작품 한 편 남긴 것만으로 배우는 이미 영원히 남은 거라고,

돈 셜리의 그린 북과 반 고흐의 영원의 문 가운데 어떤 영화가 더 남을까 생각하며 봤습니다

빚이 또 늘었습니다

충무로 뒷골목에서 소문난 솥밥 한 그릇 못 비우겠어,

들어가는 길에 아이 야식거리쯤 못 챙겨 들겠어,

빚이 또 늘었습니다

끼이거나 추락하거나 불타거나 매몰되거나 할 일도,

쌓인 설거짓거리와 못 다 먹은 찬밥을 쓰다 만 유서처럼 밀어놓은 채 영영 집을 비워 버릴 일도,

용케 피해 온 썩 운 좋은 한쌍의 부부가

가시는 걸음걸음마다 놓인 그 빚을 사뿐히 즈려밟고 갑니다

내일의 해가 내일의 시치미로 떠서 지난 하루의 여정을 낱낱이 손익계산서에 올린다 하더라도

오늘은 오늘 하루치로 생생, 쌩쌩합니다 내일을 알고 싶지 않게 생생합니다

* 영화 〈천국보다 낯선〉의 짐 자무쉬 감독

ㅡ 『공정한시인의사회』(2021.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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