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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겨울 편지
ㅡ김용택
앞산에
고운 잎
다 졌답니다
빈 산을 그리며
저 강에
흰눈 내리겠지요
눈 내리기 전에
한번 보고 싶습니다.
초겨울 단상
ㅡ오 보 영
종종걸음 치는
발걸음에서
가속도 내어 달려오는
겨울을 본다
발그래진 볼
뿜어나오는 입김에서
멈추어 서있는
하얀
겨울을 느낀다
초겨울 저녁
ㅡ 문정희
나는 이제 늙은 나무를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다 버리고 정갈해진 노인같이
부드럽고 편안한 그늘을 드리우고 앉아
바람이 불어도
좀체 흔들리지 않게 되었습니다.
무성한 꽃들과 이파리들에 휩쓸려 한 계절
온통 머리 풀고 울었던 옛날의 일들
까마득한 추억으로 나이테 속에 감추고
흰눈이 내리거나
새가 앉거나 이제는
그대로 한 폭의 그림이 되어
저 대지의 노래를 조금씩
가지에다 휘감는
나는 이제 늙은 나무를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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