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port" content="user-scalable=no, initial-scale=1.0, maximum-scale=1.0, minimum-scale=1.0, width=device-width"> 나태주, 끝까지 남겨두는 그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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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치한 그녀가 B급 감성으로 읽어주는 책 책 책~

나태주, 끝까지 남겨두는 그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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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 시인 <끝까지 남겨두는 그 마음>
저자 소개




지상의 시간


-나태주


​​

지상의 모든 시간은

사람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기차도 사람을 기다려주지 않고

계절도 꽃도 사람을 기다려주지 않고

내 앞에 앉아서 웃고 있는 너도

나를 기다려 주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



어찌할 텐가?



더욱 열심히 살고

더욱 열심히 사랑할 밖에는

달리 길이 없다




 

 

 

 





능금나무 아래



-나태주






한 남자가 한 여자의 손을 잡았다

한 젊은 우주가 또 한 젊은

우주의 손을 잡은 것이다



한 여자가 한 남자의 어깨에 몸을 기댔다

한 젊은 우주가 또 한 젊은

우주의 어깨에 몸을 기댄 것이다



그것은 푸르른 5월 한낮

능금꽃 꽃등을 밝힌

능금나무 아래서였다





 

 




살아갈 이유



-나태주






너를 생각하면 화들짝

잠에서 깨어난다

힘이 솟는다



너를 생각하면 세상 살

용기가 생기고

하늘이 더욱 파랗게 보인다



너의 얼굴을 떠올리면

나의 가슴은 따뜻해지고

너의 목소리 떠올리면

나의 가슴은 즐거워진다



그래, 눈 한번 질끈 감고

하나님께 죄 한 번 짓자!

이것이 이 봄에 또 살아갈 이유다.




 

 

 

 





숲속에 그 나무 아래



-나태주






숲속에 그 나무 아래

우리들의 나뭇잎은 떨어져 있을 것이다.

떨어져 썩고 있을 것이다.

그날의 그 우리들의 숨소리, 발자국 소리,

익은 알밤이 되어 상수리나무 열매가 되어

썩은 나뭇잎 아래 싹을 틔우고 있을 것이다.



어차피 우리는 이승에서 남남인 걸요.

마음만 마주 뜨는 보름달일 뿐,

손끝 하나 닿을 수 없는

산드랗게 먼 하늘인 걸요.

안돼요 안돼요 안돼요 안돼요

한사코 흐느는 물소리 물소리.......

덤불 속으로 기어드는 저기 저 까투리 까투리......



숲속에 그 나무 아래

우리들의 나뭇잎은

떨어져 쌓여서 썩고 있을 것이다.

아름다운 우리의 또 다른 여름을

아름다운 우리의 또 다른 가을을 꿈꾸며.

저 혼자서 꿈꾸며.



 





봄맞이꽃



-나태주






봄이 와

다만 그저 봄이 와

파르르 떨고 있는

뽀오얀 봄맞이꽃

살아 있어 좋으냐?

그래, 나도 좋다.






 

 

 






전화선을 타고



-나태주






전화선을 타고

쌀 씻는 소리

설거지하는 달그락 소리



아, 오늘도 잘 사셨군요



전화선을 타고

텔레비전 소리

나직하게 들리는 음악소리



아, 오늘도 잘 쉬고 계시는군요



고맙습니다.





 

 

 

 




​​

내가 좋아하는 사람



-나태주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슬퍼할 일은 마땅히 슬퍼하고

괴로워할 일은 마땅히 괴로워하는 사람



남의 앞에 섰을 때

교만하지 않고

남의 뒤에 섰을 때

비굴하지 않은 사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미워할 것을 마땅히 미워하고

사랑할 것을 마땅히 사랑하는

그저 보통의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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