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port" content="user-scalable=no, initial-scale=1.0, maximum-scale=1.0, minimum-scale=1.0, width=device-width"> [상강 절기] 상강에 읽는 시, 늦가을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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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치한 그녀가 B급 감성으로 읽어주는 책 책 책~

[상강 절기] 상강에 읽는 시, 늦가을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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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강(霜降)



상강은 서리가 내리는 시기를 뜻합니다.

이 시기에는 가을의 쾌청한 날씨가 계속 되지만

밤 기온이 아주 낮아져서 일교차가 크답니다.

수증기가 지표에서 엉겨 서리가 내리기도 하고,

온도가 더 낮아지면 얼음이 얼기도 하지요.


상강에는 단풍도 절정. 🍁
국화꽃도 만개하는 늦가을 풍경이 한 가득.🌺
어느덧 성큼 다가온 겨울이 피부로 느껴지네요


이제 추워질 일만 남은 늦가을.


가을이다.
부디

아프지 말자.

ㅡ꿈꾸는철물점_대한건설자재








상강

ㅡ정끝별




사립을 조금 열었을 뿐인데,
그늘에 잠시 기대앉았을 뿐인데,
너의
숫된 졸참 마음 안에서 일어난 불이
제 몸을 굴뚝 삼아
가지를 불쏘시개 삼아
타고 있다
저 떡갈에게로
저 때죽에게로
저 당단풍에게로
불타고 있다
저 내장의 등성이 너머로
저 한라의 바다 너머로
이 화엄으로


사랑아, 나를 몰아 어디로 가려느냐










고절


ㅡ고재종




아직도, 아직도 이땅엔
제 한 목숨 다해 반짝이는 것이 있다


상강(霜降) 지나며
가슴 후비는 소슬바람
뼈에 드는 찬서리의 나날을 딛고


가령 지난 여름 울아부지
홀로 폭폭하게 논둑 풀 베다


거기 잠시 담배 한대 물고 앉아
땀구슬 눈물구슬 서리서리 쏟던 자리
노염과 그리움으로 몸서리치던 자리에


저렇게 저렇게
형형 반짝이는 들국떨기의 고요함이여


사람에게서 나온 것은
하찮은 것 하나 안 사라지고
꽃으로 별로 노래로 남는다는 말 있다



<<날랜 사랑>>, 창비, 1995







​​

상강


ㅡ최영숙




장독대 옆에 살던 뱀은 산으로 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나무는 허술해져 경계처럼 빗금을 긋는다
저렇게 주먹 불끈 쥐고 가는 길
너를 향해 가는 고추 벌레 구멍 같은 길
툭 부러지고 싶다 이제 그만 자리 잡고
눕고 싶은 생각
생각은 자면서도 깨어 있을까
꿈틀 나의 손을 치우는 돌서덜
그 돌서덜 위에서
숲은 작은 몸을 하고 툰드라의 바람으로 운다.








상강


ㅡ이상국




나이 들어 혼자 사는 남자처럼
생각이 아궁이 같은 저녁
누구를 제대로 사랑한단 말도 못했는데
어느새 가을이 기울어서
나는 자꾸 섶이 죽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뿔을 적시며>>, 창비, 2012








상강霜降 무렵


ㅡ이상국




누군가는 길어도 마흔 전에
생을 마감하는 게 좋을 것 같다*지만
나는 이미 거기를 지나온 지 오래


이웃집에 그늘이 든다 하여 기르던 오동을 베어내고
그 그늘에서 봉황을 기다리던 가을


살려고만 하면 누가 못 살겠는가
나는 나에게 좀더 다정할 수도 있었으나
기다리던 다정은 언제 오는가


가을 하나를 건너는 데도
나무 이파리들에겐 몇대의 적공積功이 필요한데
제대하는 아들은 스물세살
부모님 계신 가산家山의 퉁갈은 장끼 눈처럼 붉다
그래도 생은 모른다
언젠가 한번 다녀가라는 여자도 있었고
깨알 같은 시로 세상을 걱정하며
그때야 무슨 말을 못했겠는가


깨끗하구나 처연凄然이여
맑은 날 하늘에 몸을 씻고
벌레들은 땅속으로 들어가고
나는 바짓가랑이를 걷고 다시 푸른 저녁을 건넌다


*요시다켄코오 '도연초'에서


<<달은 아직 그 달이다>>, 창비, 2016












상강(霜降) 즈음


ㅡ곽진구




나무도 할 말이 있을 때가 있다
평생 입 꼭 다물고 답답히 살 수 있으랴!
그래서 가을이 오면 어김없이 하는 말


나는 내 열매와 잎을 버릴 테니
너는 무엇을 버릴 테냐?


나무여,
산에 올라 너의 목소리를
다시 듣는다
텅 빈 가을 하늘처럼
너의 몸이 가벼워
쓸쓸히는 한없이 좋구나


그러나 가난하고 실업한 나는
버릴 게 없어 너에게 미안하고
가진 게 없어 그것도 미안하구나
오늘도 미안,
어쩌면 내일도 미안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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